중화요리 4대 문파란?
한국 중화요리의 뿌리를 형성한 네 곳의 전설적인 중식당이 있습니다. 바로 아서원, 홍보석, 호화대반점, 팔선입니다. 이 네 식당은 단순한 레스토랑을 넘어, 각기 다른 철학과 요리 기법을 계승하며 후계 셰프들을 양성해 왔고, 마치 무협지 속 문파처럼 '4대 문파'로 불리고 있습니다.
이 문파 출신 셰프들은 각기 다른 맛과 전통을 현대에 맞게 해석해, 오늘날 대한민국 중식 요리계의 명맥을 잇고 있습니다.
1. 아서원 문파 – 유방녕 셰프
아서원은 1920년대 초 일제 강점기 시절 서울 일지로에 문을 연 북경요리 전문점으로, 당시 최고급 중식당으로 손꼽혔습니다. 대표 셰프인 유방녕은 아버지에 이어 아서원 계보를 잇는 셰프로, 현재 ‘유방녕의 만추’, ‘신차이’, ‘명장반점’ 등 다수의 중식당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유방녕 셰프의 시그니처 메뉴는 고기 없이 발효콩과 튀긴 두부로 맛을 낸 짜장면으로, 감칠맛과 건강을 동시에 잡은 독창적인 요리입니다.
2. 홍보석 문파 – 여경래 & 박은영 셰프
홍보석은 1972년 사천요리를 한국에 본격적으로 소개하며 매운 중식의 대중화를 이끈 중식당입니다. 대표 셰프인 여경래는 직접 홍보석에서 근무하지는 않았지만, 홍보석 출신 스승에게 배워 그 계보를 잇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의 수제자인 박은영 셰프는 ‘중식 여신’으로 불리며, 여경래 셰프와 함께 유튜브 채널 여가네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는 홍콩의 그랜드 마제스틱 시추안에서 활약 중입니다.
3. 호화대반점 문파 – 이연복, 왕육성, 정지선, 황진선 셰프
1975년부터 10년간 명동 사보이 호텔에서 운영된 호화대반점은 고급 호텔 중식의 기준을 세운 레스토랑입니다. 대표 셰프인 이연복과 왕육성은 전설적인 장홍기 셰프의 직계 제자들로, 각각 ‘목란’, ‘진진’ 등의 인기 중식당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수제자인 정지선과 황진선 셰프는 중식업계에서 보기 드문 여성 셰프이자 실력파로, 딤섬 여왕, 멘보샤 장인으로 불리며 활약하고 있습니다.
4. 팔선 문파 – 후덕죽 & 여경옥 셰프
팔선은 1979년 서울 신라호텔 개관과 함께 시작된 고급 중식 레스토랑으로, 광동 요리의 진수를 보여주는 곳입니다. 대표 셰프인 후덕죽은 한국 중식업계 최초의 대기업 임원으로, ‘불도장’을 국내에 처음 도입한 인물로도 유명합니다.
그의 제자인 여경옥 셰프는 현재 롯데호텔 ‘도림’을 이끌며 팔선의 명맥을 잇고 있으며, 고급 광동 요리의 중심을 잡고 있습니다.
한국 중식 셰프의 새로운 세대
중식 셰프계는 오랫동안 화교 출신들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정지선, 황진선, 박은영처럼 한국 국적의 젊은 셰프들이 등장하며 세대교체를 이끌고 있습니다.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창의적인 해석을 가미한 이들의 도전은 앞으로 한국 중화요리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