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저귀부터 분유까지, 유통 공룡들의 생존을 건 경쟁
신세계, 온라인 유통의 늦은 출발
2000년대 초 신세계는 신세계몰과 이마트몰을 운영했지만, 구조적 혁신 없이 기존 오프라인 운영 방식을 그대로 옮겨놓은 데 그쳤습니다. 결국 2009년 이마트몰 매출은 900억 원 수준에 불과했고, 온라인 유통 시장에서의 존재감은 미미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용진 부회장은 온라인 유통 강화를 선언하고, 전용 물류센터 설립과 상품군 확대를 통해 이마트몰의 매출을 2013년 약 5,900억 원까지 끌어올리며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쿠팡의 등장과 로켓배송의 혁신
쿠팡은 2014년 로켓배송 서비스를 통해 유통업계의 판을 뒤흔들었습니다. 자체 물류센터와 배송 인력을 갖춘 이 시스템은 당일 배송이라는 새로운 표준을 제시했고, 소비자들은 빠른 배송을 이유로 쿠팡에 대거 유입되기 시작했습니다.
반면 이마트는 오프라인 점포를 기반으로 배송하는 방식이었기에, 속도 면에서 쿠팡을 따라잡기 어려운 구조였습니다. 이후 전용 물류센터 확충이 필요하다는 판단은 있었지만, 막대한 자본 투자를 앞에 두고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신세계의 반격, 최저가 전략으로 전면전 선포
쿠팡의 급성장에 위협을 느낀 신세계는 2016년, 생필품 최저가 전략으로 정면 승부에 나섭니다. 첫 번째 타겟은 기저귀였고, 이마트는 쿠팡보다 1%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며 가격 전쟁을 시작했습니다.
쿠팡이 기저귀 가격을 인하하자, 이마트는 즉각 재인하로 응수했고, 단 3일 만에 2만 개 이상의 기저귀가 판매되며 소비자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분유 전쟁과 생리대 전쟁, 끝없는 가격 경쟁
가격 전쟁은 곧 분유와 생리대로 이어졌습니다. 이마트는 2,000원에 판매되던 분유를 18,200원으로 낮추며, 쿠팡의 가격보다 항상 1% 낮게 유지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 결과 이마트몰의 분유 판매량은 400% 증가, 오프라인 매장 판매도 130% 증가하며 생필품을 중심으로 한 가격 경쟁에서 주도권을 다시 가져오는 데 성공했습니다.
장기전 끝에 승기를 잡은 이마트
장기화된 가격 전쟁은 수익성에 큰 부담이었지만, 이마트는 견고한 오프라인 수익 구조를 바탕으로 버텼습니다. 반면 쿠팡은 물류 투자로 5천억 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한 상황이었고, 결국 가격 인하를 포기하며 로켓배송 확대에 집중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가격 전쟁의 1차 승자는 신세계였고, 이를 계기로 온라인 유통 내 존재감을 회복하게 되었습니다.
트레이더스, 창고형 유통 전략으로 이어진 승부
신세계는 2010년 비회원제 창고형 할인매장 트레이더스를 론칭해 또 한 번 가격 경쟁에 불을 붙입니다. 코스트코와의 신라면 가격 전쟁을 포함해, 트레이더스는 박스 단위 판매 방식과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자영업자 및 대량 소비자들을 사로잡았습니다.
트레이더스는 2021년 기준 20개 매장, 3조 원의 연매출을 달성하며 창고형 매장 시장에서 코스트코를 위협하는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게 됩니다.